2006년 합의사항을 이행하라고 했던 그 투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병원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파업을 불법으로 몰고 간부 9명을 해고하고 5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해배상청구, 조합비 및 간부통장가압류, 각종 형사고소고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탄압을 자행했다. 그런 와중에 900명을 자랑하던 조합원들이 이제는 100여명도 체 남지 않았다. 병원은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2007년에는 단협해지 통보를 해옴으로써 아예 노조를 없애려고 했으나 갖은 노력 끝에 해지는 막아냈다. 그러나 많은 단협 조항들이 후퇴되고 개악이 되었다.

이후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고 두 번째 단협해지를 2010년 8월에 또 통보했다.

1988년 학내 민주화싸움에서 박근혜 이사장이 물러나고 그 후 2009년 6월 관선이사제에서 정식이사제가 되고 박근혜 전대표가 재단을 장악하면서 현장은 조금씩 노조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구재단이 다시 들어오면서 성과급․연봉제, 꼭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라는 얘기들이 돌면서 얼음장 같았던 현장이 “수고하십니다,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선전전 때 유인물을 서로 받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조에 대한 표현이 한결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노조간부들은 우리 스스로 단협개악은 절대로 합의할 수 없으며 차라리 해지가 되어 싸우겠다고 했을 때 현장에서는 눈물을 보이며 신뢰를 쌓아갔다.

지금은 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떠나있지만 다시 들어올 거라는 믿음과 다시 오겠다는 마음을 읽었기에 해지까지도 불사하며 창공을 훨훨 날 꿈을 기다리며 78명의 조합원부터 싸우겠다는 결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소망했던 민주노조 복원의 꿈은 2011년 2월 24일 새벽 2시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직권조인을 함과 동시에 날라가버렸다.

처음에 지부는 조정신청을 내는 걸 거부했고, 몇차례의 대책회의를 한 끝에 마지막 조정회의에서 최종 결정은 지부에 맡겨달라, 그리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위원장의 말을 믿고 조정신청을 넣었다. 마지막 조정안을 훑어본 후 지부 간부들은 아연실색하며 모두가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순자 위원장 스스로도 임금체계만큼은 끝까지 고수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부간부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은 직권조인을 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생리휴가, 근로시간 변경, 정원축소, 임금체계 개편 등 모든 것을 사측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끔 다 들어주고 말았다.

조정신청후 2/14~15 찬반투표를 진행하였고 단협해지 이후 합법적인 투쟁인 간부파업까지 결의하였다.
파업을 할 수 없는 조건임에도 간부파업 전술을 쓰기위해 파업 찬반투표를 한 것은 합법적인 공간과 조건에서 현장을 복구하고 박근혜전대표와의 투쟁전선을 강도 높게 넓히면서 투쟁을 계획하고 결의를 했었다.

두 번의 해고와 복직, 세 번째 징계(정직 3개월)를 받으면서도 간부들은 정직기간이 1월에 끝나고 현장으로 복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노조에 남아서 무급으로 전임 활동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현장과 조직이었다. 노조탄압을 넘어서 노조말살까지 강행하려는 사측의 사악한 의도를 알려내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지부간부들은 해지가 되어도 직원들의 고용과 임금 등에 관해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음을 확인하고 이후 해지가 되더라도 불사하고 싸우겠다는 결의를 가졌다. 그러나 본조는 영남대의료원지부투쟁을 마무리하기에 급급했고 결국은 현장을 다 내어주는 꼴이 돼버렸다.

지부간부들은 단지 임․단협투쟁이 아니라 탄압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이 영남대의료원의 노조탄압을 뿌리 뽑고 이것이 다른 사업장으로 전염병처럼 퍼지지 않도록, 그래서 다시 딛고 일어서는 민주노조 복원을 위해 투쟁해왔다.

우리가 현장을 이렇게 어이없게 다 내주려고 토, 일, 공휴일, 설 명절에도 나와서 국회 앞에서, 박근혜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병원로비에서, 총장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한 게 아니다.

지부 간부들은 직권조인 다음날 출근을 하지 못했다. 차마 현장을 볼 염치가 없어서였다.

현장에 다니면서 해지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고용과 임금 등 받을 수 없는 개악안은 받지 않고 의료기관평가 기간 동안 투쟁을 배치해서 싸우겠다했으나 위원장의 직권조인으로 지부 간부들을 완전히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렸다.

조정신청 낼때, 토론 때도 조정안 “위원장이 조정신청 내도되고, 체결권이 나(위원장)한테 있어 sign하면 된다”는 위원장의 말을 농담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이렇게 이루어지리라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철저한 반노동자성이고 반도덕적 행위이기 때문에 민주노조라는 명함있는 노조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보건의료노조 요구안과 정반대되는 조항들을 합의해준 이 어이없는 위원장의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은 또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박근혜 전선을 만들면서, 투쟁을 확장하면서 민주노조를 다시 세우고 해고자 복직, 노조탈퇴 원천 무효화의 시동을 걸려하는 이 투쟁에 위원장은 잿물을 끼얹은 것이다.

2월 28일 긴급 중집이 열리고 지부간부들은 본조에 올라가 이 직권조인에 대한 항의 및 문제제기를 했다. 그리고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에게 공식사과와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위원장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중집에서 이를 말렸고 위원장도 중집의 결정을 받아들여 현장의 요구는 묵살되었다.

이것이 과연 민주노조란 말인가. 현장은 어떻게 되든 말든 위원장의 자리와 명예만 중요한 것인가? 앞으로 이 여파가 비단 영남대의료원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까지 미칠 영향을 결코 모른단 말인가?

다시한번 밝힌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지부 간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남대의료원 단체협약 직권조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조합원에 대한 공개사과와 더불어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