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국가에 면죄부를 주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 1만 1천원 더 내기 운동의 문제



사회보험노조와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국민 1인당 1만 1천원의 건강 보험료를 더 내 건강보험적용범위를 확대하자는 운동인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발족됐다. 월 1만 1천원 보험료 추가 납부로 6조 2천억 원을 더 내면 현재 건강보험 적용비율을 60%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불필요한 건강보험지출 축소, 사회보장 목적세 등을 도입해 정부 재정 확충, 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건강보험재정은 가입자가 83%, 정부가 17%를 부담하고 있다. 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 뿐만 아니라 민간보험료까지 포함하면 그 부담은 훨씬 더 커진다.



소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하 ‘하나로 운동’)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나로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들은 지난 10년 넘는 동안 의료보험통합과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자, 농민, 시민단체와 함께해 왔다. 특히 최근 의료의 주요한 쟁점 중 하나인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서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의료보장성 강화를 내세우며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도 함께하고 있는 단체 성원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로 운동을 추진하는 쪽은 그동안 우리운동이 정부의 보험료 인상에 반대만 하는 운동으로 대안적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스스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보험료 재정을 확충함으로써 무상의료보험제도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 의료자본의 이윤과 의료비 증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현재 국내총생산(GDP)대비 국민의료비 지출은 6.8%로 OECD평균 9.1%에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최근 5년간 의료비 증가율을 보면 5.1%로 OECD평균 1.4%보다 매우 높다. 따라서 의료재정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비 증가가 급격하게 상승함으로써 의료재정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여 보험료를 인상하기 보다는 의료지출이 확대되는 원인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의료 및 제약자본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과잉진료와 약의 과잉처방부터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민영화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전달체계의 공공성부터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부터 먼저 제고해야 한다. 의료보험통합과정에서 보험료에 대한 형평성은 많이 제고되었지만 아직도 불평등한 측면이 많다. 소득이나 자산 등을 기준으로 볼 때 가진 자들에 대한 사회적 부담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 가진 자들이 보험료 더 많이 내야



첫째, 소득상한선을 가지고 있는 보험료 납부기준의 문제다. 현재 직장의료보험료는 월 보수액 6579만원을 상한선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료율 5.33%(5.08%에서 인상)의 절반을 적용하면 2.65%로 174만 3435원이다. 이 상한선을 터야 할 뿐 아니라 더 누진적이어야 한다. 둘째, 기업의 낮은 부담이다. OECD평균 사회복지 기여비율은 기업 5.4%, 노동자 3.1%인 반면 한국은 기업 2.5%, 노동자 3.3%다. 기업과 노동자의 사회보장기여비율을 보면 프랑스 3:7, 스웨덴은 9:1인 반면 한국은 4:6이다. 이를 6:4로만 바꿔도 4조 2천억 원이 더 생긴다. 셋째, 정부의 부담을 늘려야 한다. 한국의 의료보험을 모델로 한 대만의 경우 의료보험료 부담은 기업, 노동자, 정부가 각각 6:3:1이다. 이렇게 하고라도 건강보험재정이 부족할 시는 정부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 의료를 전적으로 국가가 해결하는(NHS) 방식으로 전환하지는 못할지언정 노동자 서민의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리는 방식은 안 된다. 더욱이 이를 진보적 대안이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