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교원지위 회복” 940일째 천막농성

손제민 기자



ㆍ60대 시간강사 부부 김영곤·김동애씨
ㆍ“대학측, 재정 아닌 교내 민주화 두려워해
ㆍ교육의 질과 직결… 학생·학부모 관심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맞은편의 국민은행 앞에는 작은 천막이 하나 있다. 대학교 시간강사인 김동애(63)·김영곤(60)씨 부부가 농성 중인 곳이다. 부부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먹고 자며 싸운 지 935일째인 지난달 28일, 3.3㎡(1평) 남짓한 천막으로 이들을 찾아갔다.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900일 넘게 천막농성 중인 김영곤(왼쪽)·김동애씨 부부. 이들 부부는 “이 천막은 한국사회에서 시간강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표지”라고 말했다. | 손제민 기자


“한 달이면 될 줄 알았는데, 3년이 다 되어가네요.” 희끗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부인 김동애씨가 말했다. 이들이 농성을 시작한 것은 2007년 9월7일. 여야 3당이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 17대 국회 임기 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은 때였다. 법안 발의자인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비정규교수노조와 토론회를 여는 등 법안 통과를 자신했다. 그러나 ‘돈이 문제’라는 대학 측 논리가 급부상하며 법안은 좌초됐다. 천막 곁에서 함께했던 이들도 점차 떠나갔다.

“정부가 전국 대학에 지원하는 돈이 연간 3조2500억원입니다. 사립대 재단적립금은 6조8000억원이죠. 고려대 같은 곳은 그 돈으로 펀드 투자도 한다지요. 대학마다 호화건물 한 동만 안지어도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들은 이주호 의원과 재정추계를 해봤다. 전국의 시간강사들에게 연봉 2250만원씩 준다면 지금보다 4000억원의 예산만 더 필요했다. 돈 문제가 아님이 분명해진 것. 그러자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의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김씨는 “그렇다면 대학은 그동안 학생들에게 1000만원씩 등록금을 받아서 검증되지 않은 선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했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박영아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시간강사는 13개 대학에서 50% 이상의 강의를, 48개 대학에서 40%가 넘는 강의를 맡고 있다.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은 역대 대통령들이 약속하고 여야 의원들이 호언장담했는데, 왜 안되는 걸까. “시간강사 문제가 우리 사회의 지배구조와 연결됐기 때문입니다.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준다고 대학이 돈을 많이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강사들이 대학의 중요한 회의에 들어옴으로써 진정한 학내 민주화가 이뤄지는 겁니다. 진중권·강내희씨가 모두 중앙대 총장을 비판해도 진씨만 잘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진씨는 교원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가 박탈된 것은 1977년 교육법이 개정되면서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입바른 전임교수들을 내쫓고, 운동권 학생들을 군대 보내고, 시간강사들에게서 교원 지위를 빼앗음으로써 저항적 지식인들을 제도권 밖으로 몰아냈다. 87년 민주화도 강사들 입장에서는 절반의 민주화였다. 김씨는 “이렇게 싸워오며 거대 언론, 재벌이 소유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무노조 대학 경영과 학내 독단주의를 굳건하게 유지하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그때까지 조용하던 남편 김영곤씨가 말했다.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과 부모가 관심 갖는 대학 교육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해도 ‘제품에 대한 하자 보수’조차 해주지 않는 ‘대학이라는 기업’에 학생들과 부모가 대학 정상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노동의 미래’를 강의하는 김영곤씨는 “정부와 대학이 담합해 학생들 머릿수만 세면서 대학을 학위 공장으로 만들고 있는데, 김예슬씨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애씨는 한성대 대우교수(중국현대사)로 있다가 2000년 직위해제와 감봉을 일방 통보 받았다. 김씨는 소송을 내 ‘시간강사도 근로자’라는 법원 판단을 이끌어냈다. 강사도 근로기준법 대상이 됨으로써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길이 열렸다. 그럼에도 아직 시간강사에게 4대보험을 모두 보장하는 대학은 없다. 근로자이기는 하나 교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생활고와 대학 측의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는 강사들도 속출했다.

부부는 자신들이 교원 지위를 회복하기는 늦었다고 본다. 다만 지금도 죽음을 생각할지 모를 후배 강사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부부는 최근 39명의 동지들과 함께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선인)라는 책을 내며 대학 문제의 전반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강사 외에도 정규직 교수, 학생, 학부모들이 동참했다. 이 부부가 천막을 걷고 편히 쉴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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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

대학의 선생들이 시간강사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되여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봉급을 적게 주기위하여 시간강사를 거의 대부분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니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정부는 뭘하고 있는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시간강사채용을 가급적 줄이고 전임으로 채용하는 길을 확대하여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박중구 (경야) 님ㅣ 2010.04.02 11:08:47